경옥고란?

 

잘 알려진 경옥고(瓊玉膏)를 예로 들어 살펴봅시다.

 

경옥고는 중국 송나라때 홍준(洪遵)이란 의사가 자신의 경험과 전해들은 처방들을 한데 묶어 정리한 홍씨집험방(洪氏集驗方)이란 책에 가장 먼저 등장합니다.

 

홍준이 밝힌대로 신철옹(申鐵瓮)이라는 사람이 인삼(人蔘)·생지황(生地黃)· 복령(茯령)·꿀(白蜜) 등 4가지 약물로 만든 경옥고가 건해(乾咳), 즉 마른 기침에 좋은 효과가 있음을 알고 자신의 책에 수록해 놓은 것이지요.

 

그런데 경옥고의 치료효과가 매우 뛰어났던지 후대의 의서(醫書)에 등장하는 빈도가 날로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명나라 주권(朱權)의 구선활인심법(구仙活人心法), 청나라 장로(張로)의 장씨의통(張氏醫通) 등은 물론 우리 나라 허준(許浚)의 동의보감(東醫寶鑑)에도 상세한 설명이 실려 있을 정도니까요.

 

물론 경옥고에 대한 내용 또한 더욱 보충되어 풍부해졌는데, 그에 따른 역작용 때문인지 한편으론 과장된 내용도 많아졌습니다.

 

 

마름기침 치료제

 

경옥고는 원래 폐(肺)에 화열(火熱)이 있는 까닭에 폐의 진액(津液)이 부족해져 발생하는 마른 기침을 치료하기 위해 만들어진 처방입니다.

 

즉 진액을 보충해 주는 생지황, 건조해진 폐를 촉촉히 적셔주는 꿀, 허약해진 폐의 기운을 북돋는 인삼, 폐의 화열을 없애주는 복령 이 4가지 약물을 적절히 배합함으로써 폐열로 인한 가래없는 기침의 치료에 목표를 둔 것이지요.

 

후대에는 여기에 폐와 심장을 안정시키는 호박(琥珀)과 우리 몸에 있는 기(氣)의 오르내림을 원활하게 해주는 침향(沈香)을 첨가하여 끊이지 않는 마른기침으로 가슴이 은은하게 아픈 것까지를 해소코자 하였습니다.

 

또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맥문동(麥門冬), 천문동(天門冬), 지골피(地骨皮) 등의 약물을 더 첨가함과 동시에, 요즘 유행가처럼 처방 이름까지 아예 익수영진고(益壽永眞膏)로 바꿔 버리기도 하였습니다.

 

 

경옥고의 부풀려진 효능

 

앞의 약물 몇 가지 첨가와 이름 변경은 원래의 의도에 크게 어긋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효능의 보완이란 측면이 많기 때문에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가 진정 경계해야 할 것은 경옥고에 대한 내용이 풍부해짐과 함께 효능 역시 지나칠 정도로 부풀려졌다는데 있습니다.

 

그럼 한번 살펴볼까요?

 

명나라 때의 유명한 의사 이천(李천)은 그의 저서 의학입문(醫學入門)에서 경옥고의 효능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① 인체 내의 에센스라 할 수 있는 정수(精髓)를 보충해 주고 진기(眞氣)를 고르게 하여 늙은이를 젊어지게 만든다.

② 병이 오래되어 신체가 허약해진 이른바 허손증(虛損證)을 보강시켜 줌으로써 온갖 질병을 낫게 해준다.

③ 또한 정신이 맑아지고 오장육부가 충실해지며, 흰머리가 다시 검어지고 빠진 이가 다시 나오며, 걸음걸이는 뛰는 말과 같이 경쾌하고 빨라지게 된다.

④ 하루에 두세 번 복용하면 종일토록 배고프거나 갈증을 느끼지 않는다.

 

 

이처럼 이 약의 효과는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한 제 분량을 다섯 사람의 몫으로 나누어 쓰면 반신불수 환자 다섯 명을 치료할 수 있고, 열 사람 몫으로 나누어 쓰면 노채병(勞채病 : 오늘날의 폐결핵에 비유될 수 있는 병증) 환자 열 명을 치료할 수 있다.

만약 이 약을 27세부터 먹기 시작하면 360세까지 살 수 있고, 64세부터 먹기 시작하면 500세까지 살 수 있다.

 

 

어떻게 이대로 믿으시겠습니까?

 

굳이 철석같이 믿고서 무턱대고 먹겠다면 할 말 없지만 원래의 의미와는 거리가 꽤 있지 않나요?

 

아 그렇다고 경옥고가 전혀 무익하다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무익하기는커녕 가을철 물기 빠진 낙엽처럼 비쩍 마른 사람이 보기에도 안타깝게 컹컹 소리내며 가래 없는 마른기침을 할 때에는 더없이 좋은 약임에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혈색좋고 살집도 통통한 사람이 성인병 예방한답시고 삼시 세끼 밥먹듯 찾는다면 좀 넌센스 아닌가요?

 

죽지 않으려 그토록 발버둥쳤던 진시황이, 옛날 황제가 불사(不死)와 신선(神仙)의 전설이 담긴 곤륜산(崑崙山)에서 나오는 백옥(白玉) 속의 꿀 같은 것을 상식(常食)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의 경옥고를 모르고 지나쳤겠어요?

 

 

시장이 반찬이란 이야기가 있습니다.

허기진 상태에서는 밥 자체가 그야말로 꿀맛이죠.

 

하지만 배부른 상태에서 진수성찬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꾸역꾸역 집어넣는다면 얻는 것이라곤 배탈밖에 없지 않겠어요?

 

출처: 경희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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