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정기를 간직한 ‘복령’
 

장현유교수의 이색 버섯이야기

복령(사진)은 죽은 소나무 그루터기 주변 땅 속에서 자라나는 버섯이다. 옛 사람들은 송진이 뿌리 부분에 뭉친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복령은 송진덩어리가 아닌 버섯덩어리(균핵)이다.

〈동의보감〉에 소개되는 버섯의 종류는 20여가지인데 그 가운데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이 복령의 일종인 흰솔풍령(백복령)과 벌건솔풍령(적복령)이었다. 다음이 천마→저령→솔풍령(복령)→백복신→복신순이었다. 복신(茯神)은 소나무 뿌리를 둘러싼 복령으로 결국 소나무를 중심으로 자라는 복령류가 매우 귀한 한약재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동의보감〉에는 복령에 대해 ‘입맛을 좋게 하고 구역을 멈추며 정신을 안정시킨다. 폐위로 담이 막힌 것을 낫게 하고, 신장에 있는 나쁜 기운을 몰아내며 소변을 잘 나오게 한다. 수종과 임병(淋病)으로 오줌이 막힌 것을 잘 나오게 하며 소갈을 멈추게 하고 건망증을 낫게 한다’고 적혀 있다. 복령에 대해 전해지는 이야기는 이밖에도 많다. 산신령이 아파 죽을 수밖에 없었던 아들을 살려준 약재라 하여 복령이라 이름지었다고 하고, 복령과 닭을 같이 넣어 푹 삶아 먹으면 모든 질병이 없어져 건강해지는데 버드나무와 같이 쓰면 독약이 된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복령에는 복령당(茯笭糖)이라는 펙틴이 84% 들어 있는데 이것을 물에 녹이면 98%의 포도당으로 바뀐다. 또 철·마그네슘·칼슘·칼륨·나트륨·인·셀레늄·단백질·지방·레시틴 등 몸에 좋은 유용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야생 복령을 전문으로 캐는 심마니들은 복령이 자라는 위치를 정확히 예측하는데, 이는 경험상 복령이 자라는 곳의 특성을 알기 때문이다. 즉 복령이 있는 곳은 반드시 소나무 썩은 그루터기가 있으며 그 주위에 하얀 밀가루 같은 것이 보인다. 또 땅이 갈라져 있고, 주위의 풀들이 시들시들하면 틀림없이 그곳에 복령이 들어 있다. 쇠꼬챙이를 찔러서 하얀 물질이 묻어 나오면 땅을 파헤쳐 야생 복령을 채취한다.

백복령·적복령과 달리 복령은 인공재배가 가능하며 다른 버섯에 비해 손길이 적게 가는 편이다. 소나무를 토막내 껍질을 부분적으로 벗겨 복령 종균을 붙여 땅 속에 묻어 놓으면 2~3년 후 소나무의 정기를 간직한 신비의 복령이 사람 머리만큼 크게 생긴다. 복령은 소나무를 베어낸 야산에서도 대량 생산할 수 있다. 3~4월께 소나무를 베어낸 지 2년 정도 돼 세포가 죽은 그루터기 주위 흙을 파내어 뿌리의 껍질을 도끼 등을 이용해 벗긴 뒤 복령종균을 붙이고 다시 흙을 덮어 놓는다. 종균을 접종한 지 2~3년 후면 그루터기 뿌리 전체에 복령의 균사가 퍼져 양질의 복령을 수확할 수 있는데 접종했던 자리를 잘 표시해 뒀다가 캐내면 된다. ☎031-229 -5010.

한국농업대학 특용작물학과 교수

출처 : 약초산행 난초산행
글쓴이 : 밀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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